레트로 음악과 함께 자영, 유나, 보람이 출근하는 장면과 토익반에서 자기소개하는 장면이 교차 편집되어 보여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주인공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라 약간 신선하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주인공 3명은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삼진그룹에서 일하는 워킹녀들이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일은 녹록치 않다. 아침 일찍 가장 먼저 출근하여하는 일은 청소이다.

전날 치우지 않고 퇴근한 회의테이블 위의 음식들과 바닥청소를 시작으로 서류 정리, 커피 타기까지 그녀들의 몫이다.

커피 타는 것도 서러운데 임신하면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는 것이 1990년대 시대 모습이었다.

더불어, 고용시장의 변화가 조금씩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고졸 출신은 사실상 진급이 어려운데 회사에서 토익 600대 이상일 경우, 진급 대상자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잠시 행복한 상상에 빠진 자영, 유나, 보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자영은 잔신부름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보람은 비록 영수증 계산이지만 옮겨적고, 자영은 아이디어를 주면서 내심 뿌듯해하는 모습이다.

 

영화는 얼마지나지 않아 중심 사건으로 들어간다. 자영과 자영팀 대리가 공장으로 상무님 물건을 챙기러 가면서 자영이 검은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에,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하고 실제 조사가 이뤄지고 회사는 공장 인근 주민들을 찾아가 합의서를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회사가 무엇을 감추고자 하는 것 같다.

의심스러운 자영은 유나와 보람과 함께 보고서를 함께 분석하기 시작한다. 수학천재 보람은 수학 계산을 통해 수치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내부고발을 할 거냐며 그만 캐라는 유나와 그래도 확인해 보고 싶은 자영이다.

단서가 하나 모이자 확인해보는 자영 옆을 함께 유나와 보람이 동행한다.

세 사람이 알게 된 내용들을 정리해 보고하지만 퇴사의 강요를 받게 되고, 페놀 유출과 관련되어 있던 보람의 부장님이 책임을 지며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후 회사가 매각될 위기까지 처해지고, 주인공 세 사람을 비롯한 여직원들이 함께 행동하게 된다.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 시대적 고증을 찾는 재미

90년대 회사 내부의 모습이 주요 모습이다 보니 정말 그랬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먼저, 토익시험 경우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취업에 토익 성적을 요구하지 않았다. 학력고사 세대이기 때문에 듣기가 전혀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에서야 토익점수를 요구하는 편이었다.

또 임신한 여직원의 잘못을 저지른 것 처럼 혼나고 회사는 나가는 장면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흔한 일이었다.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역시, 흔한 광경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은 2개의 사건으로 초고를 완성했다. 고졸사원을 대상으로 한 토익 수업 내용과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이다. 이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은 국내 환경오염 역사상 최악의 오염을 일으켰고, 국민들의 분노도 컸다고 한다. 사건은 페놀 원액 저장 탱크 파이프가 파열되어 낙동강에 유출되었고,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시민들에게 노출되었다고 한다.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전화에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다가 2차 유출 사건이 발생하자 수사가 시작되었고, 결과 6개월 동안 무단 방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일을 계기로 생수의 법적 판매가 금지되었던 우리나라는 생수판매를 합법화하였다. 

 

그녀들이 발견한 문제점을 해결해가는 방법들이 좋았다. 자신들의 위치도 알지만, 자신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고 있는 그녀들의 싸움을 응원하게 되었다. 비장하지만 특별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가능할 법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모습은 현실에서도 마치 그랬을 것만 같았다. 회사 내에서 작은 존재들일지라도 모여 힘이 되고,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흥미롭고 유쾌했다. 무엇인가를 크게 바꾸기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조금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용기 있어 보였다.

 

그리고, 영화 중간 중간 명대사들이 나를 돌아보게끔 한다. 유나의 "네 인생이나 신경 써", 보람의 부장의 "나에게 지나간 시간이 소중했던 것처럼 지금 또한 누군가에겐 좋은 시절이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이 시대상을 대변하는 말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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